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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쓰고

업무를 종료합니다


2011년 겨울,
3학년 2학기를 아주 시원하게 말아먹고
고민만 하던 휴학을 결정했다.
그때 당시의 휴학의 목적은
하고싶은걸 마음껏 해보자였고
2년의 휴학기간 동안 이것저것 해보고
직장이라 할만큼의 경제활동도 하고
모은 돈으로 여행도 다녀왔었다.
그 기간은 여태 살아온 나의 가치관을
바꿀만큼의 귀한 시간들이었다.



그 뒤 2년은 다시 복학을 해서
남은 학업생활을 마무리했고
다행히 그 사이에 전공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어
무난히 취직을 하게 된다. 그렇게 만으로 6년, 직장생활에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쉼표가 아닌 마침표인 이유는
더 이상의 구직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뭐 또 모르지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할지도?
하지만 적어도 그럴 마음이었다면
지금 같은 결정은 하지 않았을 테다.



6년간의 직장생활은 저마다 그렇겠지만
다사다난했다.

나는 서울생활에 대한 기대감이
정말 엄청나게 컸었는데
그걸 바로 뒤집을 만큼
당시 다니던 회사에 대한 실망감이 컸었다.
이유 없는 야근과 저마다의 파벌,
의미를 찾기 힘든 프로젝트까지



직장생활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지만
그때는 돈을 벌고 싶어 간 것이 아니었기에
이 길이 아니다 싶었을 때
과감하게 바로 접을 수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정말 돈이 아닌
일만 보게 되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서울 퇴사 후 하루 뒤 출근한
지금의 부산 회사는 당시 성장하고 있던 중이었고
기존 인원에서 2배로 인원이 늘었지만
1년 후, 나랑 동기를 제외하곤 전부 퇴사
그리고 6개월 뒤, 결국 나만 남게 되었다. 당시에 내가 남은 이유는 뭐 여러 가지 있었는데
딱히 돈을 제외하고는 회사생활에 큰 불만이 없었으며,
자취가 아니라 가족들과 살고 있어서 생활비 걱정도 크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또 사업을 하던 아버지 영향에
돈 없이 사는 건 제법 익숙했다.



사실 타이밍을 놓쳤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긴 하다.
회사에 프로젝트는 쌓여있지,
일을 할 사람은 나 말곤 없지
여기가 바닥인 줄 알았는데
지하가 한참이나 더 남은 상황에
소장님만 남겨두고
나 몰라라 하고 나갈 정도의 용기는 없었다.
사실 그 사이에 알바처럼 지원군도 있었고
외주도 주면서 2명이서 꾸역꾸역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사람을 새로 구하고 싶었어도
제때 급여를 준다는 보장이 없었기에 반대했었다. 도대체 무슨 사명감이었는지 모르겠다.
누구도 나에게 그것을 요구하지 않았는데

작년 여름까지는 사실 정말 힘들었다.
임신을 한 아내의 걱정과 어려운 회사 사정으로 인해
일에 대한 회의가 엄청나게 많을 때였는데
다행히도 여름 이후로
회사의 재정상황이 안정기로 전환되었다.

뭐 갑작스럽게 큰돈을 벌게 된 건 아니고
시스템을 변환해서 4년 만에 드디어
월급 걱정을 덜게 되었고 새로 직원도 뽑을 수 있었다.



그렇게 또 1년이 지나고 12월의 지금,
회사는 내가 들어왔을 때처럼 다시 6명이 되었다.
더 이상 그 누구도 월급 걱정을 하지 않는다.
아 물론 소장님은 한다 ㅋㅋㅋㅋ 오너니까

그동안 회사 사정을 아는 주변에서는
왜 미련하게 남아있느냐며 물어봤었다.
그때마다 한결같이 대답했었다.
이곳을 정상적인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내가 받은 경제적인 스트레스를
누구에게도 대물림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도 나에게 그것을 강요하지 않았지만
그냥 그런 마음이었다.

그만두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제 더 이상 미련이 없다.
월급은 정상적으로 나오며,
내가 하던 일을 대신할 사람도 있다.
처음의 목표를 이루고 나니
자꾸 다른 생각이 든다.
마음에 바람이 든다.

찬양팀 때도 그랬지만
여전히 보내는 것보다 떠나는 게 익숙하지 않다.
이제 좀 안정과 유익을 누려볼라치면,
좀이 쑤시는 것 같다.



10년 만이다.
지금도 그때처럼 크게 거창한 계획은 없다.
가정이 있으니 더 이상 막무가내는 아니지만,
그래도 흐름에 맡겨보려 한다.
넋 놓고 있기엔 육아도 해야 하고
미뤄둔 시험 준비도 해야 하니까
일단 당면한 당장의 문제에만 집중하고 싶다. 사람이 참 무서운 게 입에 담는 대로 된다고
돈보다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 했었는데
6년 동안 농밀하게 해 본 것 같다.
물론 여태 배운 거 내버려두고
다른 거 하겠냐만은 이건 처음이라 가능했던 것 같다.

돌아보면 참 재미있는 직장생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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